2022년을 정리하다

2022. 12. 27. 17:39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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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례행사. 한 해 정리. 좋던 싫던 시작.
과연 성장이란 게 있을까.


2020년 11월 코로나로 빛 축제 회사를 그만두고 2021년 중부기술교육원 방송 영상크리에이터 수업을 들었다. 수료 후 2021년 중반부터 영상 콘텐츠 회사 기획 업무를 맡으면서 이런저런 제안서를 쓰며 홍보 영상 CP로 일했다. 대학생 때 광고 에이전시에 가고 싶었던 젊은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스토리보드 그리는 것도, 콘셉트 잡는 것도 예전 대학생 광고 공모전에 참여했던 기억이 스물 올라왔다. 그 때는 시도에서 끝났지만 지금은 내가 그린 스토리보드의 결과물을 완성 영상으로 보게 되어 새로웠다.

2021년 9월부터는 동시에 새로운 웹드라마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티브 총괄 PD로 투입. 10월 홍감독이랑 얼간이 세계관을 만들어 나갔고, 2022년 3월에 홍감독이 대본 완성. 그러나 청년 고독사 소재가 어둡다는 평이 있어 5월 작가님 투입, 6개월간 각색 작업 끝에 새로운 세계관이 등장하는 완전히 새로운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대본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투자자를 찾고 제작팀을 꾸리고.. 드디어 웹드라마를 12월 1일 크랭크인! 지금 열심히 설 전까지 촬영 완료를 위해 밤샘 촬영 중이다. 처음이라 힘들고, 제작비가 적어서 힘들고, 일정, 커뮤니케이션 등등 내부적으로 감당해야할 몫들이 많아 공황장애 초기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스트레스가 크다. 좋은 경험이다, 배우는 게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서로를 위로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식의 작업이 또 온다면 다시 생각하고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풀어갈 거 같다.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나는 뭘 좋아하는 걸까? 이게 행복한 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뭔가? 쳇바퀴 도는 질문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홍감독은 이런 나를 한심하게 보지만 어쩌란 말인가. 이렇게 생겨먹은 걸. 최근 가장 가깝게 접근한 결론은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이루려는 사람이 부러워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게 아닌가 한다는 점? 맞나? 하… 아직 나와의 대화가 모자란 거 같다.

디자인
코로나때문에 멈췄던 즉흥잼이 5월부터 다시 시작되면서 즉흥잼 포스터 만들기도 다시 시작.
매월 포스터 만들 시기가 올 때마다 귀찮고 하기 싫은데, 돌아보면 벌써 115번째, 그 중 100장 이상의 포스터를 만들었으니 나에게도 의미있는 작업이 되어가고 있다. 금방 싫증내는데 재능기부로 11년동안 포스터를 만들어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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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023.01 서울즉흥잼 포스터


이건 내일 공연할 거문고병창클럽의 공연 포스터. 고구려 느낌이 더 나게 해 달라고 해서 처음 거문고 연주자가 메인이었던 그림에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고구려 벽화 이미지로 수정됐다. 포스터 디자인 할 때마다 느끼지만 더 꼼꼼히 작업할 걸 인쇄하고 나서 후회를 한다. 왜 티는 나중에 발견되는고…



건강
2년 전부터 시작된 왼쪽 어깨(충돌증후근, 회전근개염증) 재발, 오른쪽 어깨(회전근개염증), 왼쪽 무릎(거위발증후군) 때문에 1년 내내 답십리에 있는 하늘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왼쪽 어깨 재활 운동을 1주일에 1번씩 받고 있다. 생각지도 않게 검사 갔다가 맘모톰 시술도 하고 청소하다가 허리가 삐끗해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심장부정맥 증상으로 검사도 받고, 지금은 낭종 때문에 항생제 치료 중이다. 50에 들어가면서 이제 정말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내 고통을 대신 아파해 주지 않는다. 운동만이 남은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전에 집에서 운동할 루틴을 받아왔는데 8번밖에 안 했다.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 반성한다 x100


문화예술
이사, 코로나로 인해 공연과는 생이별. 올해는 국립국악원 공연 모니터링을 하며 국악원 공연을 4편 본 거 말고는 거의 손에 꼽는다. 영화 마찬가지. 영화관 VIP는 이미 작년부터 물 건너갔다. RM따라 전시도 보러 가겠다고 계획했는데 한 번도 못 갔다. 대신 매일 챙겨보는 유튜브 채널들이 생겼고 그게 이 생활을 대신 한 거 같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은 매불쇼, 고양이, 동물 관련 채널 여러 개, 침펄풍기 나오는 채널, 방탄
예능 방송은 '뭉쳐야 찬다' 매주 애청
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끝까지 봤고 나머지는 열심히 본 게 없다.정말 영양가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보는 걸까.

결국 총평하자면 월급 받으며 영상 콘텐츠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딘 2022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문화예술 생활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여행도 만남도 없이 거의 집안에 틀어박혀서 유튜브나 봤던 한 해. (그러니 ENTJ가 INTJ로 바뀌지)

뱀다리
사실 어제 촬영이 새벽 6시 넘어 끝났고 나도 콘티 그리느라 같이 밤을 새워서 지금 눈꺼풀이 50%는 내려오고 있다. 11, 12회차 줄 콘티를 정리하고 다시 회의를 기다리고 있는데 짬 내서 글을 쓴다. 잠이 더 오기 전에 다음 페이지에서는 2023년을 맞이하는 나의 각오를 적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