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했던 이유
2020. 3. 17. 22:31ㆍLog
중학교 때 음악방송 PD를 꿈꿔왔고,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패션쇼 PD가 되겠다고 이벤트 학원을 다니고, 사회에 나와서 디자인을 하며 공연을 만들고, 40대가 넘어 다양한 기획서를 쓰는 사람이 되었고, 지금은 라이브 방송 중계 관련해서 사업을 구상 중이다. 오늘 새벽 4시 갑자기 눈이 떠지더니 잠이 오지 않았다. 멀뚱멀뚱 생각에 잠긴 새벽녘.
그런데 생방송 중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다 갑자기 내가 좋아했고, 하고 싶어 했던 일들에서 뭔가 패턴이 읽혔다. 영화보다는 오스카 시상식이 좋았고, 뮤직비디오보다는 방송국 연말 음악방송이 좋았고, 대본을 읽기보다는 극장에서 리허설 보는 게 더 신이 났다. 지금은 중계 화면을 보며 큐 주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살짝 설렌다.
그렇다. 나는 연출된 현장이 좋은 거다.
그래서 공연도 패션쇼도 시상식에다가 축제 현장까지 좋았던 거다.
신기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몰라 항상 헤맸는데 이제야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다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는데 이제야 나의 지나온 삶의 흔적에서 같은 DNA를 찾아냈다. 내 인생 키워드를 찾아준 새벽 4시 유레카.
늦지 않았어. 그동안 떼지 못한 성장의 발걸음을 성큼 나아갈 수 있는 동기를 찾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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