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 주화입문하다 - 희극지왕
2002. 10. 18. 12:15ㆍ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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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 SBS에서 방송된 주성치의 3대 영화라고 불리는 <희극지왕>을 보고 드디어 주성치 영화에 샬라르가 입문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주화입문"이라고 하는 것이란다.
난 주성치를 모른다
언제나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얼토당토치 않은 대사로 장난같은 가벼워보이는 웃음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 주성치라고 생각했다. 나는야 주성치 매니아가 분류해놓은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에 여기도 저기도 낄 수 없는 어중간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었다. 때문에 주위의 극성 주성치팬들은 나를 교화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그의 칭찬을 늘어놓으며 직접적으로 그의 영화를 나에게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소림축구>, <심사관 2> 등의 영화는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역시나 나에게는 가벼운 말장난하는 영화배우라는 생각만을 각인시킬 뿐이였다. 그러나 6일 밤 12시 넘은 시간. 전화로 주성치팬의 실시간 영화중계해설을 들으며 희극지왕을 본 순간, 나는 현실로 돌아오는 길을 잃고 말았다.
순진무구.휴머니티.매력덩어리, 주성치
엑스트라를 전전하며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 주성치. 그리고 첫사랑의 연기를 배우려고 그를 찾아온 호스티스 장백지. 도시락 아저씨 오맹달. 영화 <희극지왕>에서는 배우의 꿈을 향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주성치의 애환과 그 사이에 싹트는 사랑과 성공과, 그리고 좌절을 보여준다. 여기서 그는 연기를 위해 어느 순간에서도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집중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나 언제나 실수투성이인 인간적 캐릭터를 연기한다. 구박받고 무시당해도 꿋꿋하게..마치 찰리채플린의 영화와 같은 느낌이다. <희극지왕>은 한마디로 진한 감자탕같은 맛이 난다. 그리고 톡톡튀는 캐릭터와 패러디들은 잘 익은 깍두기를 씹는 듯하다.
한동안 손발이 따로노는 멍한 상태에 빠지다
영화가 끝났다. 그런데 나는 현실로 돌아오지 못했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926의 게시판 글을 읽고 있었으나 그건 내 세계가 아니였다.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 먹여살릴거죠?" 라는 장백지의 외침이 들려왔고 주성치의 완벽포즈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이 진정한 내 세상이였고, 그들은 내곁에 있었다. 주성치는 더 이상 영화배우가 아니였다. 내 공간에서 숨쉬고 있는 그 무언가였다. 심각했다. 이런적은 처음이였다. 내 증상을 얘기했다.
simon : "이제 주성치 영화 세계를 이해하게 된 거에요. 다들 그렇게 시작하죠."
정worry : "손발이 따로놀고 멍하지? 그게 바로 주성치 영화에 입문했을때 나타나는 증상이지. 축하한다~"
샬라르 : "우어" -0-;;;;;
그의 또 하나의 명작 <서유기>는 <희극지왕>보다 더 무겁고 더 슬프면서도 더 재미있다고 한다. 아마도 <희극지왕>을 먼저 본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서유기>를 보고나면 왠지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거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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