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꺼가 없는 이유

2026. 9. 2. 00:50Log

 

PULL / Live “Shuta Hasunuma Phil. / Jim O’Rourke with Red Zetsurin” image visual / 2012

 

추적추적 아침부터 내리던 빗소리와 함께 7시 알람소리가 울렸다.
오늘은 뉴스공장을 무조건 본방사수해야하는 날이기에 핸드폰으로 틀어놓고 다시 누웠다.
그것도 잠시. 
공자가 침대에 올라와 내 얼굴에 딱 붙어서 아침밥을 달라고 한다.
못 이기는 척 일어나 밥을 챙긴다.

운동을 가려고 월요일부터 마음 먹었건만, 지난 주 토요일 공자 스크레처에 찧인 새끼발가락에 아직 통증이 머물러있다. 발에 자극을 주는 건 좋지 않을 거 같아서 오늘도 집에 있기로 한다. 몇달 전 넷째 손가락 인대 늘어났을 때 먹다남은 소염제와 위장약을 입에 털어넣는다. 자잘한 부상이 너무 잦다. 부주의한 거 같기도 하고 몸이 굼뗘진 거 같기도 하고. 예전처럼 내 몸 컨트롤이 안되는 거 같다. 몸이 무겁다. 발가락만 좀 붓기가 가라앉으면 진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   

 


 

지난 주 토요일에 협업예술인끼리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 20분씩 자신의 예술 방향성과 그동안 해 왔던 작품들을 발표했다. 다른 사람의 발표를 보면서 '아, 나는 진정한 예술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그 때 그 때마다 주어진 일에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이너였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관심을 두는 사회적, 혹은 예술적 연구 과제도 없고, 능력, 공력의 향상을 위해 꾸준한 학습이나 탐구, 학구열도 없다. 

그나마 내가 스스로 하는 건 예술적 아이디어를 얻거나 트렌드를 습득하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 공연, 전시, 디자인을 찾아보는 것 정도. 그것도 코로나 이후 대학로를 떠난 뒤로는 현저히 횟수가 낮아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러운 일상이 아닌 숙제처럼 억지로 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니 예전부터 '남의 것 그만하고 이제 내꺼하고 싶어'라고 부르짖기만 하고, 변함없이 아직도 남의 것만 하고 있는 건 내가 너무 다른 사람에 길들여져서 그런거 아닌가.

이제는 나에게 질문하자.
거슬리는 부분들을, 불편했던 부분들을. 바꾸고 싶었던 부분들을. 좀 더 예민하게 나를 심리적 변화를 관찰하고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렇게 쏟아내어 적어보자.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보고 난 뒤 모든지.

결국 이 모든 건 귀찮아도 내가 나로 살기 위함이다.

 

노리타케

노리타케(Noritake)는 단순한 흑백 선과 넓은 여백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다. 인물과 사물을 꼭 필요한 선만으로 간결하게 표현하면서도, 무심한 표정과 어딘가 엉뚱한 상황을 통해 잔잔한 유머와 낯선 감정을 끌어낸다. 광고와 서적, 잡지, 패션, 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디자인과 아트 디렉션, 문구와 생활용품 제작까지 작업 영역을 넓혀왔다. 단순해 보이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여백과 절제된 선이 그의 작품을 알아보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noritake_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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